동물의 권리, 인간의 잘못: 도덕철학 입문

동물권 옹호자로 유명한 톰 리건이 쓴 2003년에 쓴 책. 동물 해방피터 싱어는 톰 리건과 함께 동물 운동을 하면서도 철학적 입장에서는 차이를 보인다.

감사의 글Acknowledgment

자칭 ‘자랑스러운 종차별자’인 칼 코헨과의 동물권 논쟁을 담은 책 동물권 논쟁이 2001년에 출간되었는데, 그 때 본인이 펼쳤던 주장을 좀 더 다듬어서 이 책을 출판하게 되었다고. 책을 쓰는 과정에서 도움을 준 사람들에 대한 감사 인사는 생략.

서문Introduction

동물권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동물권 옹호자들이 비이성적이고 감정적이고 반과학적이고 염세적misanthropic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러한 오해에 맞서기 위해 책을 썼다고. 저자가 사용하려는 전략은 단순한데, 어려운 질문을 던지고 좋은 답을 찾는 과정을 따라가는 것. 이렇게 하면 여러 비인간 동물에게도 권리가 있다는 논리적 결론에 이를 수 밖에 없다는게 저자의 주장.

도덕 이론의 중요한 질문 두 가지는 1) 옳은 행동이 옳은 이유는 무엇인가, 2) 그른 행동이 그른 이유는 무엇인가, 이렇게 두 가지일텐데, 각각의 이론마다 서로 다른 답을 준다. 인간에게만 권리가 있다는 이론, 모든 지각이 있는 존재에게 권리가 있다는 이론 등등. 하지만 모든 이론이 맞을 수는 없다. 도덕 이론에 대한 합리적 근거를 제시하는게 바로 도덕 철학의 역할. 이 책을 읽으며 도덕 철학의 여러 주제를 고민하게 될 것.

어려운 질문을 던지고 좋은 답을 찾아간다고 했는데, 앞으로 던지게 될 질문들은 이렇다.

  • 오직 인간만 그리고 모든 인간이 도덕적 지위를 갖나?
  • 오직 지각있는 존재만 그리고 모든 지각있는 존재가 도덕적 지위를 갖나?
  • 옳은 행동이 옳은 이유는?
  • 그른 행동이 그른 이유는?
  • 도덕적 권리란?
  • 모든 인간은 권리를 갖나?
  • 비인간 동물은 권리를 가질 수 없나?

도덕 철학은 그저 이론에 그치지 않으며 실질적 중요성을 지닌다. 동물에게 권리가 있다면 인간의 동물착취는 부당한 일이고, 권리가 없다면 부당하지 않다. 리건은 동물의 관점에서 보자면 이것이야 말로 가장 중요한 질문 중 하나라고 말한다. 싱어와의 극명한 차이가 드러나는 지점. 공리주의자인 싱어는 인간이건 동물이건 권리라는건 없다고 주장하면서도, 동물에 대한 착취를 멈춰야 한다고 주장하기 때문.

제1장. 무관심에서 변호로From Indifference to Advocacy

리건은 현재 동물권을 옹호하며 동물권 운동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아쉽게도 저자는 2017년에 별세). 동물권 운동은 상업적 동물 축산의 완전 폐지, 모피 산업 완전 폐지, 동물 실험 완전 폐지 등을 목표로 한다.

이어지는 내용은 리건의 개인사인데, 마지막 장에서 다룰 내용과 관련이 있다.

리건은 저학력 부모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서 대공황기에 아동청소년기를 보냈다. 대부분의 식사는 육식이었고, 고등학교 생물 시간에 해부를 하면서도 거리낌이 없었으며, 대학 학비를 벌기 위해 푸줏간에서 일했고, 훗날 배우자에게 밍크 털 모자를 선물해줄 정도로 동물권 문제에 관심이 없었다.

대학원에서 철학 전공 후 윤리와 동물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베트남 전쟁 반대 운동을 하며 폭력이라는 주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하필 채식주의자였던 간디를 연구하게 되면서 인간에 대한 불필요한 폭력에 반대한다는 명분으로 베트남 전쟁을 반대하면서 동물에 대한 폭력은 용인하는게 모순이라는걸 느낀다. 간디로부터의 두번째 배움은 남을 비판하긴 쉽지만 스스로를 비판하기는 어렵단 점이었다고. 밖에선 반전운동 하다가 집에선 육식을 하는 스스로에게 모순을 느낀 것. 이러던 차에 13년 함께 살던 동거견과 사별하게 된다.

간디로부터의 이성적 교훈과 동거견과의 사별로 인한 정서적 요인이 합쳐지며 채식주의를 실천하기 시작. 처음엔 채식으로 시작했으나, 동물 실험 등 다양한 학대에 대해 알게 될수록 더 이러한 제품을 피하게 되면서 이제는 가죽, 털 등도 소비하지 않고 동물 실험에도 반대. 이런 과정을 거쳐 점진적으로 지금의 소위 “근본적radical”이고 “급진적extreme”인 견해에 이르게 됨.

제2장. 동물 착취Animal Exploitation

2장은 인간이 동물을 도구로 쓰며 학대하고 착취하는 다양한 사례. 공장식 축산, 모피 산업, 동물 실험 이야기가 나온다. 1970년대와 달리 지금은 상대적으로 가시화가 된 편이기도 하고, 동물 착취의 실태를 고발하는건 이 책의 주요 주제도 아니므로(책의 주제는 도덕 철학과 권리론), 2장 요약은 생략.

제3장. 권리의 본질과 중요성The Nature and Importance of Rights

몇몇 도덕철학자는 옳고 그름을 판단하려면 권리rights라는 개념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저자도 이 입장을 지지한다. (벤담이나 싱어공리주의자들은 옳고 그름을 판단함에 있어서 권리라는 개념이 아예 필요 없다고 주장)

한편 개인에게 권리가 있다는 점에 동의하더라도 정확히 어떤 권리가 있는지, 그 중 인간에게 있는 권리는 무엇인지 등에 이견이 있다고.

권리에는 법적legal 권리와 도덕적moral 권리가 있고, 도덕적 권리는 다시 음적negative 권리와 양적positive 권리로 나뉜다. 음적negative 권리란 무언가를 당하지 않을 권리, 양적positive 권리란 무언가를 받을 권리.

  • 권리:
    • 법적 권리
    • 도덕적 권리
      • 음적 권리: 무언가를 당하지 않을 권리
      • 양적 권리: 무언가를 받을 권리

음적 권리의 예로는 인신매매 당하지 않을 권리 같은 게 있고, 양적 권리의 예로는 영유아기에 의료적 돌봄을 받을 권리 같은 게 있다. 달리 말하면 음적 권리의 침해는 작위commision에 의해 일어나고, 양적 권리의 침해는 부작위omission에 의해 일어난다.

자유주의자libertarians 등 일부는 음적 권리만을 인정하고, 사회주의성향socialist inclinations을 가진 사람들 등 또 다른 일부는 두 종류의 권리를 다 인정한다고. 이 책에서의 논의에서는 음적 권리만 있으면 되기 때문에 양적 권리를 인정할지 여부는 크게 중요치 않다. 이후 이 책에서 말하는 권리는 특별히 명시하지 않는 한 모두 음적 권리를 말한다.

이후에는 도덕적 권리의 몇 가지 성격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 무단침입 금지No trespassing: 권리를 갖는다는 건 투명한 ‘무단침입 금지’ 표지판을 갖는 것과 유사. 일반적으로 모든 인간은 두 가지 권리를 갖는데 하나는 위해를 당하지 않을 권리, 다른 하나는 자유로운 선택을 침해당하지 않을 권리다. 이 두 가지 모두 타인의 자유를 제약함으로써 보장될 수 있다. 타인이 우리의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 이를 지키기 위해 침해자의 권리를 일부 침해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정당하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강도를 당하지 않기 위해 적절한 수준의 물리적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부당하지 않다. 다만 이 경우에도 무제한의 자유가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형법에서의 정당방위 개념과 유사한 것 같음.
  • 으뜸패Trump: 권리란 다른 모든 인간 가치에 우선하며, 타인의 권리를 침해함으로써 어떠한 선을 행하더라도 그 권리의 침해가 정당화될 수 없다. 이러한 관점도 공리주의와의 큰 차이 중 하나. 공리주의자들은 한 사람에게 약간의 위해를 가하여 다수에게 큰 이익을 가져다준다면 그 행동은 도덕적으로 옳다고 주장한다.
  • 평등Equality: “도덕적 권리는 평등을 숨쉰다Moral rights breathe equality.” (도덕적 권리라는 개념은 평등을 꼭 필요로 한다는 뜻일텐데 문장이 멋있어서 직역) 두 사람이 권리를 갖고 있다면, 인종/젠더/종교 등에 무관하게 둘 모두 평등한 권리를 갖는다.
  • 정의Justice: 권리에 대한 요구는 관대함generosity이나 친절함kindness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정의justice를 요구하는 것. 예를 들어 부자인 빌 게이츠에게 갑자기 찾아가서 스포츠카 하나 사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공정함fair아 아닌 자비를 구하는 것이며 권리와 무관. 정의와 관대함의 차이를 잊으면 시혜주의에 빠지게 된다. 동물권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비당사자운동을 할 때 항상 염두에 두면 좋겠다.
  • 타당한 주장Valid claim: 도덕적 권리는 주장claim이기도 하다. 타당한, 그래서 정당한, 권리의 주장이란 무엇인지 설명할 필요가 있는데 리건은 이를 위해 직접의무direct duty 개념을 소개한다. 누군가가 나의 특정 권리에 대한 직접의무를 가진다면 해당 권리에 대한 나의 주장은 타당한 주장이게 된다. 예를 들어 타인이 내 생명을 뺏지 않을 직접의무를 가지는 경우에만 생명권에 대한 나의 요구는 타당한 주장이다. 또는, 타인이 기쁨을 위해 내 자유를 제약하지 않을 직접의무를 가지지는 경우에만 자유권에 대한 나의 요구는 타당한 주장이 된다.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려면 직접의무는 뭐고 간접의무는 무잇인지 알아야할텐데 그 설명은 4장과 5장에서.)
  • 존중Respect: 앞서 살펴본 무단침입금지, 으뜸패, 평등, 정의 네 가지 모두 도덕적 권리를 논할때 필요한 개념이지만, 가장 중요한 개념은 존중이다. 가장 근본적인 권리이자 다른 모든 권리를 통합하는 권리는 ‘존중받을 권리’다. 생명권이나 자유권 등 어떠한 권리가 침해됐다는 말은 곧 내가 존중받지 못한다는걸 뜻한다.

이러한 개념의 권리가 동물에게도 있다면, 즉 동물권이 있다면, 동물실험은 동물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기에 아무리 많은 인간이 혜택을 누린다 하더라도 도덕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

이 점에 대해서는 동물권 반대자인 칼 코헨도 동의한다. 동물에게 권리가 있다면 동물 실험은 나치의 유대인 실험과 다를 바 없다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코헨은 동물에게 권리가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동물에게 권리가 없다는 주장을 면밀하게 살펴보면 인간에게도 종종 권리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될 수 밖에 없다는게 리건의 주장이다. 인권을 인정하려면 논리적으로 동물권도 인정해야한다는 것.

제4장. 간접의무 관점들Indirect Duty Views

인간에겐 동물에 관한 의무는 있지만 동물을 향한 의무는 없다는 도덕철학 관점을 간접의무 관점이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당신의 동거견을 싫어하는 옆집 사람이 당신 몰래 동거견 다리를 골절시켰다면, 간접의무 관점은 옆집 사람의 행동이 부당하다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동거견에게 부당하게 한 것이 아니라 당신에게 부당하게 한 것이라고 주장. 당신의 시계를 고장낸 것은 당신에게 잘못한 것이지 당신의 시계에게 잘못한 것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

간접의무 관점엔 여러 종류가 있는데, 각 관점 사이의 차이를 만드는 요소 중 하나는 관심사interests 개념과 관련이 있다. 관심사는 모든 도덕 이론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므로 잠시 살펴보자. 두 종류의 관심사가 존재. 선호preference 관심사와 복지welfare 관심사.

  • 선호 관심사: 인간이 무엇을 하거나 가지는걸 선호하는가에 대한 것이며 사람마다 차이가 크다. 골프를 선호하는 사람과 테니스를 선호하는 사람 등.
  • 복지 관심사: 음식, 주거, 건강 등 최소한의 만족스러운 삶을 위해 필요한 조건들에 대한 것으로 모든 사람에게 공통적이다.

논리적으로 그리고 경험적으로도, 두 관심사가 충돌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심각한 약물 오용으로 인해 삶이 망가지는 경우는 선호 관심사를 쫓느라 복지 관심사를 희생하는 사례. (중증 약물의존은 개인의 선호와 무관하다는게 중독 연구의 공통된 견해라는 점에서 이 예는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두 관심사가 충돌할 수 있다는 주장은 여전히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ak)

(우리말로 interest는 흥미라는 뜻도 있고 이익이라는 뜻도 있는데, 위에서 말하는 선호 관심사는 우리말 ‘흥미’에 가깝고, 복지 관심사는 우리말 ‘이익’에 가깝다. 두 관심사가 충돌할 수 있다는 말은 우리말로 생각하면 ‘나의 흥미가 나의 이익과 충돌할 수 있다’는 뜻이므로, 이해하기가 한결 쉬워진다. —ak)

간접의무 관점 지지자가 동물에 대한 직접의무를 부인하는 근거 중 하나는 동물에겐 영혼이 없어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고 주장했던 데카르트. 현대의 철학자 피터 캐러더스도 유사한 주장을 한다. 캐러더스는 언어가 없으면 고통을 의식적으로 느낄 수 없으니 침해당할 관심사나 도덕적 지위 또한 없다고 주장. 하지만 이 주장은 쉽게 논박 가능하다. 인간 아이는 아직 말을 못하는데 그렇다면 아무 것도 의식적으로 느끼지 못할테고, 아무것도 의식적으로 느끼지 못하면 언어 학습이 불가능할테다. 하지만 정상 발달하는 인간 아이는 언어를 자연스럽게 습득한다. 따라서 언어가 없더라도 비언어적인 의식 경험이라는 것은 존재할 수 있다.

(톰 리건의 위 주장은 허수아비 비판의 오류라고 생각한다. 캐러더스의 Against the moral standing of animals에 의하면 그는 동물이 고통을 느끼며 인간과 마찬가지로 내적이고 의식적인 고통의 느낌을 가진다고 밝히고 있다. 심지어는 말을 못하는 아이에게는 동물과 달리 도덕적 지위가 있는 이유에 대해서도 나름의 논리로 설명하고 있다. 동물권에 반대하는 캐러더스의 주장에 동의하는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리건의 비판은 부당해보인다.)

다시 본문으로 돌아와서, 다윈의 진화론에 따르면 인간과 비인간 동물 사이에 근본적 차이는 없다. 리건은 최소 포유 동물은 인간과 상당히 유사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포유동물은 최소한의 기준일 뿐 조류나 어류 등을 배제하려는 것은 아니라고도 말하고 있다. (한국의 고등학교 ‘생활과 윤리’ 검인정 교과서들은 리건이 포유 동물까지만 인정한다고 잘못 기술하고 있다.)

리건은 종교적 이유로 다윈 진화론을 부정하는 사람은 각자의 경전을 근거로 삼아도 무방하다며, 기독교 성경/토라/코란 등이나 동양의 유교/불교/힌두교 등 모두 인간과 동물에 대해 같은 주장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는 피터 싱어와의 또다른 차이다. 싱어는 성경 구약과 신약이 서구 문명의 종차별적 사고에 영향을 준 원인 중 하나라고 비판한다.

간접의무 관점에는 단순계약주의Simple Contractarianism 관점과 롤스주의 계약주의Rawlsian Contractarianism 관점이 있다.

단순계약주의

동물도 의식 경험을 갖는건 인정하면서도 권리는 부정하는 관점이다. 계약론에 따르면 도덕이란 각자 자신의 이익을 보호/증진하려고 맺는 계약과 유사한데, 계약에 따르는 행동은 도덕적으로 옳고 계약에 따르지 않는 행동은 도덕적으로 부당하다고 본다. 계약을 직접 구성하는 주체들은 계약 이행 의무 및 직접적 도덕적 권리를 갖는다. 하지만 동물 등 계약에 직접 참여할 수 없는 비이성적 주체들은 의무도 없고 직접적 권리 또한 없다. 계약 주체들에게는 계약에 참여하지 않는 이들과 관련한 의무는 있더라도 이들을 향한 의무는 없다. 단순계약론에는 두 가지 약점이 있다. 첫째, 계약 참여 주체가 정한 바에 따라 정의/부정의/공정/불공정이 정해지기에 참여 주체의 관심사가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 둘째, 주로 사회적 약자/소수자들이 계약 참여에서 배제될 소지가 있다.

롤스주의 계약주의: 존 롤스는 자신이 재해석한 계약론은 단순계약론과 달리 무지의 장막으로 인종/성별/지위 등을 가리고 계약을 진행하도록 하여 차별을 허용할 여지를 없앤다고 주장. 어떤 원칙이 도출되더라도 이를 이해하고 이행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누구라도 참여 가능. 하지만 롤스의 접근은 계약 참여자를 인간으로 제한하며 비인간 동물을 배제할 수 밖에 없으므로 종차별적이다. 인간 아이나 심각한 정신 장애를 가진 사람도 배제된다. 롤스는 이 비판에 아무 답도 하지 않았다.

위 주장에 따르면 롤스가 적극적으로 종차별적 주장을 옹호한 것으로 여겨질 수 있는데, 그렇지는 않다. 롤스의 A theory of justice 초판본에서 그는 동물권에 대한 자신의 태도를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자신이 제안한) 공정으로서의 정의는 완전한 계약주의 이론이 아니다. … 공정으서의 정의 개념이 충분히 성공적이라면, 이 연구를 확장한 다음 단계는 공정으로서의 옮음rightness as fairness일 것이다. 하지만 이 확장된 이론조차도 모든 도덕적 관계를 포괄하지는 못한다. 왜냐하면 이 이론은 오직 인간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만 다룰 뿐 인간과 동물 또는 자연과의 관계에 대해 다루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계약주의적 개념이 이처럼 중요한 주제들을 모두 취급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이 책에서는 주제들을 다루지 않고자 한다. 동물 및 자연으로 확장하기 위해 이 책의 결론을 얼마나 수정해야 하는지를 미리 고민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동물권 관점에서 롤즈의 계약주의를 공정하게 평가하려면 아래와 같이 정리하는 편이 좋겠다.

  • 롤스 계약주의는 계약 참여자를 인간으로 제한하고, 무지의 장막은 종을 가려주지 못하기 때문에 종차별적이다.
  • 하지만 롤스가 종차별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롤스는 자신의 정의론이 인간 간의 관계만을 염두에 둔 제한적 이론인 점, 동물과 자연이 매우 중요한 주제인 점, 자신의 이론이 이러한 주제를 다루려면 수정되어야 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제5장. 직접의무 관점들Direct Duty Views

5장에서는 직접의무 관점 중 두 가지를 살펴본다. 첫번째는 잔인-친절 관점the cruelty-kindness view이고, 두번째는 공리주의다. 두 관점 모두 비인간 동물들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도덕적 의무의 대상으로 본다.

잔인-친절 관점에 따르면 인간은 동물에게 친절하게 대할 의무와 잔인하게 대하지 않을 직접의무를 가진다. 잔인하거나 친절하게 대할 수 있는 모든 생명은 도덕적 고려의 대상이 된다. 따라서 이 관점은 동물과 인간 유아도 포함한다. 다만 이 관점은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친절한 행동과 옳은 행동은 별개다. 예를 들어 아동학대자를 친절하게 도와주는건 그릇된 행동이다. 둘째, 인간의 친철함에 대한 평가와 친절한 행동에 대한 평가도 별개다. 예를 들어 임신중절을 즐기는 잔인한 의사가 집도했다는 이유로 해당 중절수술이 부도덕해지는건 아니다. 임신중절수술이 도덕적으로 옳거나 그른 이유는 집도하는 의사의 개인적 성격과 무관하다.

두번째 직접의무 관점은 공리주의. 조금 과장하자면 세상엔 공리주의자 수만큼 다양한 공리주의 변종이 존재하고 이들 사이에도 논쟁이 많다고. 따라서 리건은 선호preference 공리주의(이하 그냥 공리주의) 관점만 선별하여 소개한다. 윤리학 및 동물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공리주의자는 R. G. 프레이와 피터 싱어이고 두 사람 모두 선호 공리주의자이기 때문. 단, 싱어는 거의 평생을 선호 공리주의자로 살았으나 2014년에 낸 공저 The point of view of the universe에서 쾌락hedonistic 공리주의로 입장을 바꾸었다고 밝힌다.

공리주의에는 두 가지 원칙이 있다:

  • 평등의 원칙: 같은 수준의 만족감을 선호는 누구의 선호이건 동등한 무게로 취급. 따라서 단순 계약주의의 인종차별, 랄스주의 계약주의의 종차별 문제로부터 자유롭다.
  • 공리의 원칙: 전체적 선호의 만족을 최대화하고 불만족을 최소화하는 행동을 해야한다.

도덕적으로 옳은 행동이란 결과적으로 전체적 선호의 만족을 최대화하고 불만족을 최소화하는 행동이고, 그렇지 않은 행동들은 상대적으로 덜 옳은(즉, 더 그른) 행동이다. 공리주의자에게 행동이란 사격장의 과녁과 유사하다. 특정 행동이 과녁 정가운데(전체적 선호 만족의 극대화)를 맞추면 가장 옳고, 과녁에서 벗어난 정도에 따라 점점 덜 옳다고 말하기 때문.

리건이 말하는 공리주의의 강점은 이렇다:

  • 관심사interests를 갖는 모든 존재는 도덕적 고려의 대상이고 동일한 정도의 만족은 동일한 무게로 다뤄지므로 계약주의식 차별에서 자유롭.
  • 행동이 만들어내는 결과만을 판단하므로 잔인-친절 관점의 문제로부터도 자유롭다. 아동학대자를 친절하게 돕는 행위는 더 많은 아동을 학대하는 결과를 낳기 때문에 도덕적으로 부당하다고 말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의아한 부분도 있다:

  • 공리주의에 따르면 도덕적 가치는 개개인이 느끼는 선호의 만족에 있을 뿐, 만족을 느끼는 개개인 그 자체에 있는 게 아니다. 개인은 빈 그릇receptacle에 불과하고 그릇에 담기는 내용물만에 가치가 있다는 것. (그릇 비유는 리건이 1983년 저서 동물 권리의 옹호에서 언급했고, 싱어가 1987년에 동물 해방인가 동물권인가에서 그릇-내용물의 관계와 달리 개체-경험 관계의 경우 개체과 경험을 분리하는게 불가능한 점, 개체로부터 분리된 경험이 독립적으로 존재한다는걸 생각할 수 없다는 점에서 잘못된 비유라고 반박한 바 있는데, 논의가 이후로 진전되지 않고 그대로 다시 반복되는 점이 아쉽다. —ak)
  • 전체적으로 최선인 결과를 내는 행동을 하려면 1) 행동에 영향을 받는 모든 대상을 나열하고, 2) 이들의 만족도를 모두 계산하여 합치고, 3) 여러 행동 중 가장 점수가 높은 행동을 선별해야 하는 난점이 있다. 게다가 그렇게 선별한 행위가 정작 행위자 자신에겐 최선의 결과를 가져다주지 않을 수도 있다는 문제가 있다. (The most good you can do에서 싱어는 계산하기 어려워 보이는 여러 상황에서 판단을 내리기에 충분한 수준으로 계산을 하는 사례들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어떠한 행위가 나의 이익을 극대화하는지 여부와 도덕적으로 옳은지 여부가 일치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나의 이익과 무관하게 판단하는 것(disinterestedness)이 더 좋은 기준일 수 있다. —ak)

리건은 공리주의에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있다고 말한다:

  • 악한 선호: 다수의 학대자가 아동 한 명을 학대하며 만족을 느끼는 경우, 이들의 만족된 선호조차 계산에 포함되어야 한다. 즉 악한 선호를 배제할 수 없다.
  • 악한 결론: 단순히 짐이 된다는 이유로 젊은이들이 합세하여 노인을 살해해도 비판할 근거가 없다. 즉 악한 결론을 배제할 수 없다.

(피터 싱어는 왜 선호공리주의를 버렸는가에 따르면, 싱어와 그의 스승인 Richard Mervyn Hare는 윤리학에서 객관적 진리는 없다고 믿었다. 그래서 누구든 어떠한 도덕적 당위에 대해서건 규정prescibe할 수 있다고 말한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건이 위에서 제시한 악한 결론 비판은 부적절하다. 선호에 대한 규정이 보편적universal이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있다는 점을 리건이 무시하기 때문. 예를 들어 “노인은 모두 추방해야 옳다”는 당위를 주장할 수 있으나 그 사람 본인도 해당 연령에 이르면 추방되는게 옳다는 입장을 고수해야 한다. 위의 약한 선호 비판은 타당한데, 이러한 비판은 실제로 싱어가 선호 공리주의 입장을 철회하게 만든 이유 중 하나다. 누군가의 악한 선호도 공리주의적 계산에서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 큰 난점이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ak)

리건은 공리주의를 동물권 문제에 적용하려고 해도 몇몇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첫째, 싱어는 만약 인간-동물 간 섹스가 사적으로 서로 만족스럽게 행해질 수 있다면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논리를 그대로 확장하면 인간 성인과 인간 아동 사이의 섹스도 사적으로 서로 만족스럽기만 하면 문제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둘째, 공장식 축산과 관련된 모든 사람들(맥도널드 알바, 육식 선호하는 대다수 인간 등)의 선호를 고려하면 육식을 유지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문제가 생긴다.

(인간-동물 간 섹스에 대한 싱어의 주장은 진한 애무라는 글에 실려 있다. 싱어는 발정난 개가 사람 다리에 매달려 몸을 비벼대는 상황에서 개에게 구강성교를 하는 상황을 예로 든다. 정서적 불편함을 꾹 참고 이성적으로 따져보면, 해당 성인 인간의 선호가 만족되는 것은 확실한데 개의 선호가 만족되는지가 문제라고 생각한다. 아동과의 성행위가 아동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더라도 불법인 이유는 아동은 합의연령에 이르지 못해서 상호합의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아동이 합리적 사고로 합의에 이르지 못한다는 견해를 수용한다면 개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보는게 타당할 것이다. 그렇다면, 싱어가 발정난 개와 인간의 구강성교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려면 1) 자발적인 아동과의 성행위도 문제 없다고 주장하거나, 2) 인간 아이와 달리 개와의 관계에서는 상호합의의 개념이 필요없다고 주장할 수 있으면서도 종차별적이지 않은 어떤 근거를 제시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1)과 2)를 모두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개와의 성교에 문제가 없을 수도 있다는 주장을 철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ak)

(육식문화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는 사람이 워낙 많고 선호 이익의 총합이 크기 때문에 공리주의 계산으로는 육식문화를 철폐할 수 없다는 주장은 잘 납득이 안간다. 매년 고통받으며 죽는 식용동물의 머릿수만 따져봐도 너무나 가볍게 전인류의 선호 이익의 총합을 뛰어넘을 것이기 때문. —ak)

제6장. 인권Human Rights

공리주의는 “개체가 가지는 관심사”에 가치를 부여하지만, 리건은 “관심사를 가지는 개체”에 가치를 부여해야 한다고 말한다. 칸트는 이를 가치worth라 하였으나 리건은 내재적 가치inherent value로 명명. 내재적인 이유는 무언가의 결과로 부여된 것이 아니라 원래 해당 개체가 가지고 있는 것이라는 의미. 가치인 이유는 날개/사고력 등 개체들이 공유하는 사실적 특성이 아니라 그 자체로 도덕적 평등성의 본질이라는 의미. (싱어는 개체와 관심사가 분리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리건의 ‘그릇과 내용물’ 비유를 수용하지 않는다.)

리건은 본인 이론의 핵심적 기반으로 존중의무the duty of respect 개념을 제안한다. 내재적 가치를 지니는 모든 대상을 존중해야할 직접의무가 있다는 의미. 도덕적으로 옳은 행동이란 내재적 가치를 지니는 대상을 존중하는 행동을 뜻한다. 존중의무에 따르면, 내재적 가치를 가지는 대상을 수단으로 쓰는건 좋은 목적이라 하더라도 부당하다.

리건의 이론과 공리주의 관점의 차이를 드러내기 위해 실제 사례를 소개한다. 터스키기 대학이 정부지원을 받아 1932년부터 40년간 매독에 걸린 가난한 흑인들을 대상으로 실험이 진행된 적이 있는데, 매독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어떻게 되는지 연구하기 위해 매독 치료를 무료로 해주겠다고 사람들을 속인 후 위약을 처방한다. 그 결과 수많은 사망자, 배우자 감염, 신생아 감염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See Tuskegee Syphilis Study)

공리주의자는 끔찍한 결과가 발생했기 때문에 이 실험이 부도덕하다고 주장할 것이다. 하지만 존중의무원칙에 따르면 결과와 무관하게 피험자들을 도구로 사용했다는 점 자체로 인해 부도덕하다고 주장하게 된다.

존중의무원칙의 장점은 이렇다:

  • 단순계약주의와 달리 차별이 없다.
  • 잔인-친절관점과 달리 행위자에 대한 평가와 행동에 대한 평가를 구분할 수 있다.
  • 공리주의와 달리 1) 개인의 선호 만족을 따지지 않으니 ‘악한 선호의 만족’을 배제할 수 있고, 2) 다수 이득을 위해 소수 희생을 감수하는 문제에 빠지지 않는다.

한편 싱어는 구명보트의 개에서 ‘다수 이득을 위해 소수 희생을 감수하지 않는다’는 점이 때론 단점일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한 명의 인간을 살리기 위해 무한명의 개를 죽여야 하는 상황이 정당화될 수 있기 때문.

다시 본문으로 돌아와서, 리건의 도덕이론은 두 가지 핵심 관념에 기반하고 있다:

이 중 내재적 가치에 개인차가 있다고 주장하면 아리스토텔레스 식 엘리트주의에 빠지게 된다. 이를테면 아리스토텔레스는 여성의 내재적 가치가 낮다고 보았다. 이러한 차별을 피하려면 내재적 가치는 모두 동등하다고 보아야 한다.

내재적 가치를 지닌 모든 개체에 대해 직접적인 존중의무가 있으며 이들의 내재적 가치는 모두 등동하다는 이러한 관점을 권리론이라고 부른다. 권리론의 권리는 3장에서 정의한 도덕적 권리의 주요 특징인 무단침입금지no trespassing, 으뜸패trump, 평등equality, 정의justice를 모두 만족한다. 엄밀한 증명은 어렵지만 권리론이 다른 관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장점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고 한다.

한편 어떤 대상들이 내재적 가치를 지니고 있을까?

칸트는 이성과 자율성을 가진 인간human을 개인person이라 칭하고 오직 개인만 가치worth를 갖는다 말한다. 이성이 있어야 비판적 선택을 할 능력이 있고 자율성이 있어야 선택을 할 자유가 있기 때문. 칸트에게 책임과 권리는 상호적이다. 즉, 책임있는 개인에게만 권리가 있고 권리가 있어야 책임도 있다.

리건은 수정란, 배아, 태아, 초기 몇 년 간의 영아, 혼수상태의 인간 등은 개인이 아니며 따라서 도덕적 지위가 없다고 보는 점이 칸트 도덕철학의 단점이라고 지적한다. 이 관점에 따르면 개인이 아닌 인간을 대상으로 한 잔인한 실험(Willowbrook 주립병원의 실제 사례)도 부당하지 않다.

리건은 칸트가 말하는 인간은 범위가 너무 넓고 개인은 범위가 너무 좁은게 문제이므로 중간 어딘가에 해당하는 범위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를 삶의 주체라고 부른다. 모든 삶의 주체는 도덕적으로 동등하며 내재적 가치를 지니고 존중 의무의 대상이고 도덕적 권리를 가진다.

6장을 마치기 전에 리건은 본인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는 인권이며 동물권에 비해 인권에 더 헌신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주기 바란다는 당부의 말을 남긴다. 다음 장에서 동물권에 대한 주장을 할텐데 그 주장에 결함이 있더라도 인권에 대한 이번 장의 주장과는 무관하므로 이 둘을 별개로 판단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제7장. 동물권Animal Rights

논쟁적인 도덕적 이슈에 대해서는 다음 네 종류의 물음에 대해 사람들 사이에 이견이 생길 수 있다고 말한다:

  • 사실에 대한 질문
  • 가치에 대한 질문
  • 논리에 대한 질문
  • 실천에 대한 질문

이번 장에서는 동물권 이슈에 대하여 이 네가지 질문을 살펴본다.

  • 사실에 대한 질문은 동물의 심리에 대한 것. 리건은 4장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최소 포유류와 조류에게는 선호 관심사 및 복지 관심사가 있을 것이라고 말한. 행동적/생리적/해부적 유사성을 비롯한 각종 과학적 근거에 의해 강력히 지지되기 때문.
  • 가치에 대한 질문은 비인간동물의 도덕적 지위에 대한 것. 리건은 모든 인간에겐 도덕적 지위가 있고 모든 동물에겐 없다는 주장은 종차별이라고 말한다. 인간이건 동물이건 삶의 주체라면 도덕적 지위가 있으며, 모든 삶의 주체가 갖는 내재적 가치는 동등하기 때문.
  • 논리에 대한 질문은 전제들로부터 결론이 타당하게 도출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한 것. 아래 여덟가지 전제로부터 동물권에 대한 두가지 결론이 도출된다. 모든 도덕이론은 1) 동물에 대한 직접의무를 인정해야 한다. 2) 비인간의 관심사도 도덕적으로 중요하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3) 행위자의 성격(잔인-친절)에 대한 판단과 행위에 대한 판단을 구분해야 한다. 4) 존중받을 권리를 포함한 인간의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 5) (칸트적 의미의) 개인이 아닌 인간의 내재적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 6) 비인간동물의 경험적 행복welfare을 인정해야 한다. 7) 경험적 행복을 느끼는 모든 존재는 종에 무관하게 도덕적으로 중요하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8) 삶의 주체인 인간에 대한 내재적 가치와 권리를 인정하는 도덕이론이 이를 부정하는 도덕이론에 비해 더 선호된다. / 이로부터 다음 두 가지 결론이 도출된다: 비인간동물도 내재적 가치를 지닌다. 그리고 비인간동물도 동등한 도덕적 권리를 지닌다.
  • 실천에 대한 질문은 동물권 운동이 지향하는 바에 대한 것. 권리론에 따르면 동물 실험, 상업적 축산에서의 복지 개선이 아닌 완전한 폐지가 유일한 결론. (리건은 공리주의자는 복지 개선을 주장한다고 말하지만, 공리주의자인 싱어는 리건과 마찬가지로 완전한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ak)

리건은 마지막으로, 인간-동물 사이의 섹스는 합호 동의를 전재할 수 없으므로 동물을 존중하지 않는 행위이며 따라서 강압이고 부당하다고 말한다. 결과가 아무리 즐거워도 행위 그 자체가 부당하면 부당한 것이기 때문.

제8장. 반론과 재반론Objections and Replies

8장은 일반적 반론, 종교적 반론, 철학적 반론 등 세 개 범주에서 여러 반론을 소개하고 이에 대해 리건이 재반론을 하는 형식. “동물은 인간이 아니다”, “식물은 왜 먹나” 등 뻔한 내용들은 생략하고 몇 가지 흥미로운 내용만 추려봤다.

일반적 반론들:

  • 동물은 인간이 아니다: 생략
  • 동물에게 권리가 있다는 발상은 이상하다: 생략
  • 아메바도 권리가 있나: 생략
  • 식물은 어쩔건가: 생략
  • 동물은 권리를 이해하지 못한다: 심각한 정신지체가 있는 일부 인간도 권리를 이해하지 못하지만 권리가 없는 것은 아님.
  • 동물은 우리의 권리를 존중하지 않는다: 심각한 정신지체가 있는 일부 인간도 마찬가지이지만, 이하 생략.
  • 동물은 동물을 먹는다: 육식동물은 살기 위해 반드시 육식을 해야하지만 인간은 육식을 안해도 살 수 있.
  • 삶의 주체와 아닌 것의 정확한 경계를 모름: 생략

종교적 반론들:

  • 동물은 영혼이 없음: 1) 영혼이 없는 것과 권리가 없는 것은 무관. 2) 동물은 사후세계가 없다고 하더라도 살아 있는 동안 존중하지 않을 이유는 없음.
  • 신이 인간에게만 권리를 주었음: 성경 어디에도 신이 인간에게만 도덕적 권리를 부여했다는 말이 나오지 않음.
  • 신이 인간보러 동물을 지배하라고 했음: 창세기에 따르면 그러한 말이 나오기는 하지만 달리 해석할 여지가 있음. 신은 인간에게 동물을 사랑하고 보살필 도덕적 책임을 부여한 것이라고 생각함.

철학적 반론들. 자칭 자랑스러운 종차별자 칼 코헨이 가장 유명하므로 이 사람의 반론들을 소개:

  • 동물은 서로에 대한 도덕적 의무가 없으니 인간에 대한 의무도 없고 따라서 인간도 동물에 대한 의무가 없음: 동물에게 의무가 없다고 우리에게도 없다고 할 논리적 근거는 없음.
  • 본질적으로 도덕적인 삶을 사는 개체만 도덕적 권리를 갖는데 인간만이 그러한 존재: 인간이 본질적으로 도덕적 삶을 사는걸 인정하더라도 인간이 그러한지는 알 수 없음. (이 재반론은 이해를 못하겠다. 일부 동물이 도덕적 삶을 살 가능성을 인정해야만 반론2를 반박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런 식의 반박이 유익한지도 모르겠다 —ak)
  • 권리라는 개념을 발생시킨 커뮤니티에 속한 개체에게만 권리가 있는데, 오로지 인간 커뮤니티만이 그러함: 개념의 기원과 개념의 적용 범위는 논리적으로 무관. 예를 들어 유전자라는 개념은 인간이 만들어냈으나 인간에게만 유전자가 있는 것은 아니다. (재반론 자체는 타당해보이는데 유전자 예시가 적절한지는 모르겠다. 권리라는건 추상적 개념이고 유전자라는건 “발명”한게 아니라 존재하는 물리적 실체에 이름을 붙인 것인데, 이 둘 사이에 개념적으로 차이가 없다고 말하는 점이 이상하다. —ak)

제9장. 도덕철학과 변화Moral Philosophy and Change

권리론에 따르면 세상은 관습적 기준에 비해 훨씬 악한데 식량산업, 패션산업, 연구산업 등 일상과 깊게 연관된 다양한 분야들이 모두 그렇다고 한다. 하지만 리건은 육식 등 악한 선호를 가진 모든 사람이 악한건 아니라고 말한다. 사람이 악하다고 말하려면 1) 습관적으로 다른 개체의 권리를 침해하고 2) 이에 따른 고통이나 손실에 즐거움을 느끼거나 혹은 무감각해야만 한다. 그러한 측면에서 보면 대부분의 사람은 악하지 않다.

(악하다evil는건 부도덕하다는 표현에 비해 훨씬 강한 느낌이다. 그런데, 위 두 가지 기준에 따르면 대부분의 사람이 악하다고 해야하는게 아닐까? 리건이 제시한 기준에 따르면. —ak)

대부분의 사람은 비일관성이나 모순을 인지해도 편하게 일상을 보낸다는 연구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리건은 모순을 감내할 수 있는 역치가 있을 것이라고 추측. 1장에서 소개한 리건의 개인적 경험(베트남 전쟁, 간디 연구, 동거견의 죽음)에 따르면 감내할 수 없는 순간이 오면 변할 수 밖에 없다고 한다. 이 책의 목적 중 하나는 문제들을 더 가시화하여 사람들이 감내할 수 있는 역치를 넘기는 일에 기여하는 것.

한편, 권리론이 요구하는 “급진적” 사회 변화는 수많은 사람들의 상상과 헌신적 노력을 요구하므로, 필연적으로 시간이 소요되며 개개인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개개인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실천을 해야한다. 예를 들어 육식을 중단하고 동물 생산물(가죽, 털 등) 소비를 중단하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몇 가지 희망의 근거들을 소개.

  • 1980년대 미국 모피 산업 규모는 연간 1,700만 명이었으나 1990년대엔 1,000만 명, 2000년대엔 400만 명으로 줄고 있음.
  • 미국의 육류 소비도 줄고 있음.
  • 동물권에 대한 미국 대중의 인식도 변하고 있음.

리건은 이러한 이유로 사회 변화의 씨앗이 서서히 피어나고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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